자격증과 취업/업무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Jinhwan Kim
7 min readSep 29, 2020
로컬 프린터가 없으면 자격증 출력이 불가능해서 그냥 대충 그렸다.

ADsP땄다.

사실 DS코스 수강생들중에도 이미 가진 사람이 있을만한,
어렵지 않은 라이센스 시험이었는데 엄청 오래걸렸다.

이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한 핑계를 대자면

2월에 땄어야 하는데,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시험 자체가 취소되버렸고.

5월에 따려고 했는데 그때는 디펜스 때문에 시험을 도저히 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8월에 따려고 했는데, DS코스 준비로 (31일 개강인데 29일 시험) 시험을 도저히 칠 수가 없었지만….

또 미루게 되면 11월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 시간이 지나도 어떻게든 핑계가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이틀인가 공부하고 쳤다. 안쪽팔리게 합격이라 다행이다.

사실 이렇게 된 김에 쓰고 싶었던 글을 더 써야겠다.
(떨어진 다음 자격증이 어쩌네 저쩌네 라고 쓰면, 새벽 두시에 자니 보내는 전남친 만큼이나 구질구질해 보여서 쓸까 말까 엄청 고민 했다)

한국에 데이터 분석 조금 더 넓은 말로 데이터에 관련 되어있는 라이센스는 많다.

자격증 장사 하는 스타트업 만들면 돈 긁어 모을 것 같다

민간 자격증 까지 치면 너무 많기 때문에, 국가 공인만 생각해도

  • ADP / ADsP (데이터 분석, R계열)
  • SQLP / SQLD (SQL)
  • DAP / DAsP (데이터 아키텍쳐, 뭔지 모르겠다 DB설계인가)
  • 사회조사분석사 (통계 관련, SPSS 계열)
  • 그리고 12월에 1회가 있는 빅데이터 분석기사까지…

엄청 많다.

사실 나는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한답시고 6년 반을 대학원에 있었지만,

이런 것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한 채로 취업을 준비할때 허겁지겁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데이터 분석을 하고, 관련 내용으로 논문도 쓰는데 데이터 분석 자격증이 없다니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회사에,

추후 이런 공부들을 더하면서 자격증도 따겠다 라고 말을 했지만

(그리고 해냈다. 사실 이것 때문에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데 공부 더하겠다고 하는걸 어느 회사가 뽑을까?)

이 많은 자격증들이 과연 실무에 도움이 될까? 하는 질문을
그때도 했고 여전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다른건 안쳐봐서 잘 모르겠지만, 대충 ADsP를 기준으로 생각을 해보면 (느낌아니까~~ )

물결 표시가 편해진다. 늙었나보다 어뜩하냐 진짜

사실 시험의 커리큘럼 자체는 꽤 그럴싸하다.

https://www.dataq.or.kr/www/sub/a_06.do 의 일부
  • 데이터란 무엇인지
  •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하는지 (사실 이부분은 좀 그렇다 너무 서류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 실제로 코드를 통해서 (R기준) 어떻게 분석을 하고, 결과 해석은 어떻게 하는지

를 시험을 치는데

통계 분석과 데이터 마이닝 부분은
오 이 정도 알고 있으면 실무에 엄청 도움이 되겠다
싶은 좋은 내용들이 많다. ( 동료 Data Scientist분도 동의하셨다 )

그러나 시험의 설계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문제를 푸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즉,

  • 안다는 전제하에 문제를 맞춰야 나오는 라이센스가
  • 몰라도 문제를 맞춰서 나오는 라이센스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쪽팔리지만 솔직히 말한다)

위 커리큘럼의 시계열 예측 부분. ARIMA 모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구글에 검색해서 30분 안에 찾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 AR이 뭐고 (auto regressive? 자기 자신이 과거로 부터 영향을 받네 마네)
  • MA가 뭔지 (moving average였나 그럴꺼다 백색소음이 어쩌고 저쩌고)

말 그대로 대충만 알고,

  • R코드에서는 ARIMA(AR,MA, I) 이딴식으로 쓰고
  • 구분을 할때는 무슨 플롯이 얼마나 꺾이는 가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이것 밖에 모른다. (ARIMA가 나온 계기, 이론의 한계 응용분야 장단점은 물론, 위 그림의 ARMA, ARIMA 차이도 모른다)

시험 이후에 알게 된 건데,
그 와중에 교재에는 오류가 있어서 두 모델을 반대로 이해한 채 시험을 쳤다.

물론 다른 부분들을 많이 알았기 때문에 라이센스를 땄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좀… 많이 그랬다.

만약 내가 ADsP로 약팔이를 잘해서 회사에 취업을 했고, 회사에서 잘 알겠지 라고 생각해서 나한테 시계열 분석을 시켰다면 내 입장에서나 회사 입장에서나 쓰지 않아도 될 추가적인 리소스를 더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맞이 쯤 되면 데이터산업 뭐시기 협회에서는 이렇게 변명 할 것이다.

거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한테 바라는 것도 많구만 , 준이잖아 ARIMA정도는 봐줘

맞다 사실 ARIMA 하나 정도는 몰라도 된다. 필요하면 다시 공부하면 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전 범위에 대해서 내용을 몰라도 시험문제만 충분히 잘 외우면 나오는 라이센스라는 것이 문제다.
(당장 구글에 adsp 비전공자 혹은 adsp 일주일.. 이런 것을 검색하면 꽤 많은 사례가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adsp는 기업에서 그렇게 잘 취급을 안하고 조금 난이도가 있는 adp (합격률이 2%였나 아무튼 10%미만이라고 한다) 만 취급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ADP는 3주 완성 커리큘럼이 불가능하거든

생각에 대한 결론을 내자면

자격증은 취업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닌 것 같다.

당장 나만해도 운전면허 하나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취업을 했으니까. ( 그 흔한 정처기, 컴활조차도 없다, 포폴도 진짜 허접했다)

그렇다고 자격증은 쓸모 없는 가상화폐인가? 라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 내용 자체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럼 뭐냐.

자격증은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야에 대해서 안다면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라는 가이드라인.
안다라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지만.

이 이슈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결코 해결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설령 더 좋은 방안이 있다고 해도 내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DS코스에서 취하고자 하는 방향을 다시한번 고민해보게 하는 좋은 기회 였던 것 같긴 하다. (사실 우리 수강생들 너무 대견하다, 8개월 후가 기대된다)

이후의 내 계획은 이러하다.

  • ADsP에 쓰이는 지식들을 강의로 만들어서 아무 조건없이 뿌려버릴거다. (시험 준비 할때 다른 샘플 강의들을 대충 봤는데 진짜 더럽게 재미없었다. 대본을 읽는 거라면 우리집 고양이가 해도 그것보단 잘하겠다. 애옹)
  • 그와 동시에 ADP 준비도 천천히 해볼 것이다. (당장 내일 책은 사겠지만, 11월 말 시험인데 2개월만에 합격은 좀 어려울 것 같다. 그 다음 시험을 노려야지)
  • 이 후 붙는다면 ADP도 뿌려버릴거다.

이전의 나처럼, 취업이 간절해서 (확실하지도 않은) 자격증 하나 따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코묻은 돈을 뺏어간다니, 이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가.

배운대로, 진리탐구 인류봉사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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