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마트 면접 노쇼 당함

운영은 기술의 한계를 뚫어낼 수도 있지만, 좋은 시스템을 조질 수도 있다

Jinhwan Kim
5 min readJan 3, 2025
https://cafe.daum.net/jang1338/eRJ0/3979

근황

집에서 게임도 하고, 게임하다 질리면 개발도 하고, 틈틈이 책도 쓰면서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고 있다.

아내는 자기가 돈 버니까 상관없다고 했지만, 풀타임 가택경비원이 아닌 다른 것들을 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동네 알바에 지원했다.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다가 집 근처에 있는 배민B마트 알바를 지원했는데 이유는 크게 3가지.

  1. 집 근처: 지옥철 타고 출퇴근 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 싫은데, 여기는 집에서 걸어서 15분 언저리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2. 근무 시간이 덜 빡빡함: 풀타임으로 하고 싶지는 않고 하루 4–6시간 혹은 주 2–3일 정도로 할 수 있으면 베스트라고 생각하던 차에 딱 맞았음
  3. 사람 만날 일이 없음: 예전에 나뚜루에서 알바를 한적이 있다. 교통사고로 쇄골 골절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는데 이때 배운 것 중 하나는 나는 컨디션과 기분이 얼굴로 가감없이 드러나는 타입이라 사람 상대하는 일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였음. 그치만 이 알바는 동태눈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4. 면접 질문 대비 생각이었는데, 나는 결국 “오프라인”의 가치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류, 모빌리티, 부동산 등 여러 도메인의 범위가 있고 각각의 특징이 있겠지만 아무튼 온라인이 발전할 수록 역으로오프라인이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이 관점에서 알바는 또 다른 방향의 접근이긴 하지만 물류 도메인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오히려 돈이나 커리어 성장 등 이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는데, 돈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아끼면 된다의 마인드고, 커리어 성장은 이미 하나 정점을 찍어 보고 나니까 다른 것이 그닥 안 궁금해서,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다.

지원 과정

알바 지원 프로세스 자체는 진심 소름 끼칠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우아한형제들(배민)과 우아한청년들(B마트)이 다른 기업이긴 하지만 “송파구 우형”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아무튼 진짜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

이력서고 나발이고 필요 없고 근무타입, 이름,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정도만 입력하면 끝. 제출 하고 나면 몇분 이내에 지원완료 문자가 오고, 다음날 오전 지점 담당자에게서 인터뷰 일정 조율 문자가 온다.

인터뷰 일정은 걍 내일 괜찮냐고 해서 그렇게 했음.

이어서 면접 당일 오전에도 다시 한번 안내 문자가 오는데, 장소는 어디고, 준비물이 뭐다 인지 면접 대상자가 궁금해할 내용들을 다시 정리해서 보내준다.

저거 링크는 그냥 알바 뭐하는 알바인지 정도 안내하는 유튜브 동영상임

면접 당일

운전 면허 무사고 7년차라 (언양에서만 운전했고) 1종 보통으로 업그레이드 할 겸, 모바일 운전면허증도 받을 겸 근처 면허시험장에 갔다. 이 과정에서 든 생각이 있긴 한데 아무튼 그건 나중에 생각나면 품.

면접이 12시여서 11시 45분쯤에 안내 받은 장소로 도착했고, 대충 이런 구조로 생김. (노란색은 안들어가봐서 모름)

B마트는 사실상 물류 창고인지라 굳이 간판이 필요 없어 건물 밖에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내부에도 그냥 건물 층수 안내판에만 써있고 뭐 없음.

복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배달 하는 라이더들, 그리고 이 라이더를 대상으로 보험? 영업하는 아저씨, 그리고 창고 왔다갔다하는 내부 직원들 봤음. 잘 안보일 수 있는데 저기 외부인은 출입 희망하면 담당자한테 연락해야하며, 사전 승인 없이 B마트 출입하지 말라고 써 있음.

그리고 끝

면접 10분 전인 11시 50분에 별 소리가 없어서, 아 바쁜 가보다 했음. 실제로 복도 이동하는 직원도 꽤 있었고, 대기 라이더도 대여섯명 들락날락했다.

11시 54분에 도착했다고 문자 보냈는데, 별 말이 없어서 아 엄청 바쁜가보다 했다.

12시가 되도 뭐 진행 되는게 없길래. 개바쁜가? 아님 밥먹으러 갔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화장실 갔나보다 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12시 10분에 노쇼당했구만 하고 나왔다. 하필 10분인 이유는 안내에서 10분 일찍 오라고 했으니까, 그래도 10분은 기다려준다의 마인드.

가면서 나 왔는데 너네 안나와서 간다. 하고 문자 보냈더니 칼같이 님 떨어짐이러고 문자가 왔다. 잘못 써진 내용이 있어 첨삭을 조금 했다. 이럴거면 도착했다고 문자 보냈을 때도 칼답 했으면 서로 좋았을 텐데 아쉽다.

우청은 어떻게 일하는 가

원래 이런식으로 일을 하는 조직인가 싶어서 찾아봄.

https://www.woowayouths.com/company/ethics

아닌것 같긴 한데 아무튼 개 좋은 면접 프로세스 만들어 놓고도 운영으로 그걸 조지니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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