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 당하고 온 썰

아마도 최초 ! 경찰서 후기 개발자 블로그

Jinhwan Kim
7 min readAug 27, 2024

살면서 경찰서를 가게 된다면 키보드 워리어질을 하던 버릇을 못 고친 나머지 사이버 명예 훼손 정도로 가려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번 (8월 초)에 개 뜬금 없는 이유로 다녀왔다.

참고하고 자시고 할 것이 있는 지 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오픈소스 개발하다가 저작권 어쩌고로 고소 당한 만큼 이런 사례도 있다 정도로만 이해하자.

경찰서 프로세스

고소의 대상(피의자)은 이전에 IITP 과제를 진행했던 각 회사의 담당자 + 나 였는데, 아무래도 우리 회사가 과제 대표를 맡고 있어서 우리 회사 근처의 송파경찰서로 다녀왔다. 아래 사진은 조사 마치고 경찰서 입구에서 찍은 사진 (진심 엄청 더웠음)

경찰서에 가게 되는 절차는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단, 내가 법 /행정 전공은 아니니 단어가 이상할 수 있는데 찰떡같이 잘 알아들으면 좋겠다.

  1. 누군지 모르는 “A”가 고소미를 먹임
  2. 경찰서에서 자체적으로 A의 고소가 고소할 정도가 맞는지 자체 조사를 진행
  3. 만약 검토 이후 조사가 필요하겠다 싶으면 피의자를 경찰서에 소환하여 조사를 진행
  4. 피의자 조사 + 추가 검토 이후 고소할 내용이 맞다 라고 하면 수사를 시작 (입건)

이후는 안겪어봐서 모름

당연히 경찰서에도 많은 업무가 있는 만큼, 이 단계 간에 시간이 몇주 ~ 몇달 정도가 걸릴 수도 있는 것 같다.

이제 시점을 3단계에서 시작하자.

경찰서에서는 피의자를 소환할 때 먼저 연락을 준다. (대충 이런 느낌)

님 이러이러한 일로 고소를 당했고, 보니까 조사를 조금 해야할 것 같은데 이 날, 이 시간쯤에 경찰서 한번 오시죠?

이제 일정을 맞추고, 우리처럼 여러명이 고소당한 경우 누구누구 갈건지 조율하고 경찰서로 가면

입구에서 무슨 일로 왔냐고 다른 분이 여쭤보신다. (당연히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지도 않는다)

그러면 ~~ 고소 관련 건으로 조사 받으러 왔습니다. 하고 있으면 정한 시간에 경찰선생님이 나옴.

이제 조사실 내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이미지들 (머가리 깨는 서류철이나 진실의 방…)과는 꽤 다르다.

왼쪽은 충북일보

그나마 비슷한 건 아래 이미지 정도.

파주경찰서 (뉴시스)

조사는 우리 넷, 경찰 둘로 진행이 되며 어떤 조사를 할 건지 브리핑(?) 이후 고소건 관련해서 질답이 이어진다. 어떤 위압을 주거나 그런 것은 없고 그냥 동사무소에서 대형 폐기물 버릴 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처럼 물어보심

우리는 미리 관련 서류랑 내용들을 준비해 갔고, 이 고소건 관련해서 맥락을 포함해 여러 내용들을 설명했다.

단, 조사 과정 중에서 굳이 4명이 다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해서, 대표로 우리 회사 대표만 한명 남고 나머지는 경찰서 내부 카페에 가서 커피 마셨음.

생각보다 조사의 시간이 꽤 걸렸는데, 내용이 많았다기 보단 절차상 질답을 기록하고, 그 내용을 제대로 기록 한 것을 검증하는 시간 (이렇게 썼고, 진술 한 것이 맞냐. 맞으면 이 페이지에 지장 찍어라)이 길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경찰서는 14일에 다녀왔고, 최종 결과는 아래와 같다. (고소 같은 소리는 씨알도 안 먹힌다는 뜻)

조사 이후 약 일주일 정도 지나 결론이 나왔지만, 이 내용을 각 피혐의자에게 우편으로 보내다보니 오늘 (27일)에서야 확인했다.

저작권

고소의 내용들 중 저작권 관련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진행했던 IITP 정부과제 statgarten에서는 MIT 라이센스를 사용하고 있다.
  • statgarten에서 사용하는 일부 패키지 (라이브러리)는 GPL인데 왜 니들 프로젝트는 MIT냐.
  • 아무튼 저작권 위반임 (?)

그리고 이에 대한 내 생각은 (조사에서는 어떻게 얘기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다.

  • 우리 MIT 쓰는 것 맞음
  • 그리고 사용 중인 패키지에는 MIT 말고 MPL 2, GPL 3, Apache 2, BSD 2, 기타 라이센스 다 섞여 있는 것도 맞음.
  • 근데 우리 statgarten을 수익 목적으로 사용 안함
  • 그리고 쓰는 패키지들 (버전을 포함해) 전부 명시했음
  • 패키지 뿐 아니라 우리 코드들 전부 오픈되어 있음
  • 과제 진행 당시 openUP과 오픈소스 SW 저작권 검증 프로세스 당연히 있었고, 문제 없었음

특히 개인적으로는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패키지들 전부 명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약 10년 전) 나는 대학원생 때 부터 R 패키지를 이것 저것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readme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에, 아예 깃허브 README를 만드는 패키지와 shiny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그떄부터 템플릿으로 찍어내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

관심 있으면 한번 츄라이

아무튼 여전히 저작권과 라이센스에 대해서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가져다 쓰더라도 이 정도를 지키면 에지간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And 인지 Or 인지는 잘 모르겠다)

  • 이를 의도와 다르게 변형해서 쓰지 않는다.
  • 수익 목적으로 쓰지 않는다.
  • 내가 만든 것인척 하지 않는다.
  • 원문, 링크 등으로 가져왔음을 명시한다.

즉, 예를 들어 멀쩡히 팔고 있는 피카츄 이미지를 가져와서, 눈 밑에 점 하나 찍고, 굿즈로 만들어서, 제가 만든 삐카츄 굿즈 사세요. 이 정도가 고소할 꺼리 라는 뜻.

고소 후기

고소를 당하면 (당연히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정말 불쾌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 혹시 내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인데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가? 라는 생각부터
  • 물리적으로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는 부담감
  • 그리고 최악과 최악의 경우로 혐의가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기소유예고 집행유예고 나발이고) 그어질 빨간줄까지도.

정치인, 재벌 등이 너! 고소, 를 애용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우리도 (쓸데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번 이벤트 때문에 (비싼)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해야 하나도 고민했다. (다시 한번 당연히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그나마 우리는 지인 변호사가 있다보니 (회사 특성상 의사 네트워크가 많다) 변호사 필요 없다는 짧은 조언을 들어서 우리가 대응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김앤장까진 아니더라도 몇백 ~ 몇천하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내야할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를 좀 고민했는데, 제일 좋은 것은 당연히 법을 어기지 않고,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열등감과 질투, 시샘을 느끼는 본성 또한 인간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누구던 안티와 빌런이 생길 수 있다. (링컨도 절반 이상의 반대가 있었다)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없으니, 이벤트가 발생한 이후 그나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한 3일 정도 고민하고 내린 나름의 결론인데,

아쉽게도 (정치인 재벌들의 사례를 보면) 비싼 변호사를 절친으로 둔다. 는 별로 좋은 옵션이 아니고,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을 감사하며 즐기는 것, 일종의 정신승리가 괜찮은 것 같다.

아무튼 안티와 빌런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영향력이 있다는 뜻이다.

즉, 슈퍼맨에겐 렉스 루터가, 배트맨에게는 조커가 있는데 동일 시리즈의 지나가던 시민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메호에게는 안티가 있지만, 어디 동네 조기축구단 에이스에게는 안티가 없다.

어디 게임 짤에서 봤는데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고 강한 적을 만난다면 설계된 스토리대로 잘 진행 중이라는 뜻이고, 어려움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한거라고 (게임처럼) 한다.

그러니 새로운,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시련에 감사하고 더 나아가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하는 슈퍼스타가 되자. 는 마인드가 어떨까. 라고 이번에 배웠다.

아, 에픽하이 형님들의 born hater도 많이 들어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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