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인터뷰 해본 썰
근데 참가자로
사용자 인터뷰 (또는 유저 인터뷰)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아래 아티클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한줄로 요약하면, 만드는 사람의 의도와 실제 사용하는 사람의 목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Align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R 깎다가 뜬금없이 사용자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저번달에 요즘IT에 쓴 인블로그 글(아래 링크)이 나름 떡상을 해서 (가입자와 트래픽이 많이 늘었다고) 인블로그 서비스를 만드시는 분들이 링크드인을 통해 감사 인사와 더불어 사용자 인터뷰를 제안해 주셨다.
사용자 인터뷰에 대해서 이전에 공부를 하긴 했지만, 하는 업무가 업무인지라 사람을 인터뷰하기 보단 구글 폼으로 아주 약식의 설문 정도만 진행해왔었는데 참가자로써의 경험도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인터뷰는 온라인(줌)으로 약 45분 정도 진행 했으며, 형식이 정해진 사용자 인터뷰라기보단 커피챗과 비슷했던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인터뷰에서 어떤 대화가 있었고, 질문들을 해주셨는지, 이에 대해 나는 어떻게 답변을 했는지.
이어서 나는 어떤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한 답변들을 기억 나는 대로 써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인터뷰의 참가자 입장에서 어떤 것들을 준비하거나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지 써보려고 한다.
물론 정답을 얘기한다기보단 내 생각과 경험이므로 반박시 님 말이 맞음.
인터뷰의 흐름
먼저 단어를 정리해보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모양이 비슷해서 헷갈리므로 질문자
와 사용자
로 써보겠음.
질문자
가 먼저 이 서비스 (혹은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의 자기 소개를 한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보너스.
그 다음 질문자
가 오늘 인터뷰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한다. 질문자
가 왜 인터뷰를 사용자
와 진행하게 되었고, 어떤 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지, 인터뷰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는지, 대략적인 흐름은 어떻게 되는지.
이후 질문자
가 사용자
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며 (실제) 인터뷰를 진행하고, 어느 정도 질문이 마무리 되면 반대로 사용자
도 질문자
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본다.
그리고 끝.
인터뷰 계기
나와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는 글을 너무 잘 써주시고, 인블로그 서비스 분석도 잘해주신 것 같아서, 인터뷰를 통해 인블로그의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 (이라고 기억한다)
추가로, 글을 통해 유입된 고객중 원래 의도였던 B2B 용 CMS 고객외에 개인 고객의 니즈도 많아서 생각치도 못한 발견을 했고, 방향도 조금 바꾸어 개발하는 중이라 개인 창작자로써 의견을 듣고 싶었다고 한다.
갑자기 트래픽이 확 뛰어서 뭐지 하고 레퍼럴 보다보니 요즘IT에서 글을 쓴 걸 뒤 늦게 발견함. 압도적 감사…
당연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
의 정보는 이미 질문자
가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면접처럼) 사용자
는 소개를 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나는 사전에 사용자 인터뷰를 위해 준비해야할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여쭤봤고, 질문의 내용을 미리 받아 답변을 더 고민해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물론 받아본 내용 외의 질문도 인터뷰 중간중간 있었다.
인터뷰 질답
아래는 인터뷰 동안 했던 질문과 답변들을 음슴체로 썼다. (기억 나는 대로)
- 인블로그 서비스를 알게 된 계기? -> 긱뉴스에서 우연히 봄
- 글 쓰는데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지 -> 보통 2~3시간. 요즘IT에 쓰는 글은 조금 더 걸림
- 인블로그 서비스는 어느정도 사용해 보셨는지 -> 15분…? 과정이 복잡하지도 않고, 별도의 글을 썼다기 보단 서비스 소개가 목적이라. 글 쓰기 위한 스크린샷 찍고 메뉴 탐방한 시간 제외. (이 질문 때 부끄러워 죽는 줄)
- 요즘IT 객원작가로 참여하게 된 계기? -> 정확하게는 기억 안 나는데, SNS에서 작가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좋게 봐주셔서 어쩌다보니 1년 넘게 하게 됨.
- 글을 쓰면서 사용하는 툴이 있는지? (에디터, 키워드 분석이나 SEO 목적 등 아무거나) -> 에디터는 미디엄. 회사 블로그는 Rstudio, 키워드 분석이나 SEO는 잘 몰라서 Title, Description, Tag 정도만 chatGPT 활용하여 설정
- 지금 사용중인 CMS에서 불편한 점은? -> 기업용 CMS 경험은 없고, 개인 블로그의 관점에서 답변하면. 미디엄은 디자인이 구림. 독자와 인터랙션도 어렵고, 이전에 썼던 글을 카테고리화 해서 읽을 수 없기 때문에 글의 휘발성이 높다.의 3가지 (유저가 대부분 해외 기도 한데 이건 큰 문제까진 아님)
- CMS가 차별화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일지 (? 이 질문 정확하게 기억이 안남)-> 글 쓰기는 창작 주제 + 발행 + 꾸준하게 쓰는 것 3개가 중요. 창작 주제는 영원한 어려움이고, 발행은 CMS나 블로그 기술로 점점 더 해결된다고 생각. 결국 꾸준하게 쓰게하는 동기부여 아닐까. 블로그, CMS로써 얼룩소와 데이터리안 블로그도 좋은 예시라고 생각 (글또 최고다 증말 + 글쓰기 커뮤니티 GOAT 맘카페가 생각나긴 했는데 좀 그래서 인터뷰때는 이야기 못했다)
- 계정 무제한인게 왜 장점이라고 보셨는지 -> 원래 다른 서비스에서는 유료 기능으로 알고 있음, 서브도메인을 활용해서(?) 1개의 계정으로 여러개의 블로그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 추가로 CTA 그냥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엄청 큰 장점이라고 생각함.
- 미디엄에서 글을 쓰고 나면 어떤 지표를 보는지 -> 사실상 조회수 말고는 유의미한 지표가 없음. 크롬 익스텐션을 쓰면 조금 더 보이는게 많긴 함. 레퍼럴은 보고 싶긴한데 구려서 아쉬운 부분 (미디엄 Stat 페이지 보여드리면서 이야기 함)
- 이러한 메트릭에서 어떤 부분들을 보여주면 좋을지 -> 개인적으로는 블로그를 복습 + 생각 정리의 일기장처럼 쓰기 때문에 지표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서 메트릭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아쉽지는 않음. (이거 내가 별로 좋은 사용자가 아니기도 하고 지표를 많이 활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답변이 구렸다)
- 미디엄을 쓰게 된 계기 -> 이전에는 깃헙 블로그 썼는데 C사 취업하고… 겸사겸사 쓰게 됨
- 미디엄에서의 광고 수익은 아쉽지 않은지 -> 한국은 미디엄 수익화가 불가능 (stripe 계정이 없어서) 1년 정도 엄청 후회했지만, 렉카 블로그가 아닌 이상 광고로 한달 치킨값 정도 벌면 많이 버는 것으로 알고 있음. 광고가 붙으면 그만큼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글을 써야하는데 주객 전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 오히려 수익 상관없이 쓰고 싶은 것을 꾸준히 쓰다보니 내 글 자체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모였고, 책도 내고, 요즘IT 작가 데뷔도 하고… 이런 저런 좋은 기회와 (치킨값보단) 수익이 더 많아서 만족. 수익을 내고 싶은 사람은 블로그가 아니라 유튜버로 가는 것 같다.
- inblog에 들어가면 좋을 기능이 있을지? -> (요건 이전에 서면으로 답변) 디자인 커스텀 !! + 다른 블로그 쓰던 사람들용으로 Migration 있으면 금방 넘어갈 듯.
- 글 쓰는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계시는 지? 글또 / PAP 이전에 했었는데 박수칠 때 떠남 -> (글또는 개인이 미디엄 깃헙 티스토리 벨로그 등 다양한 블로그를 개인이 각자 운영, PAP는 깃헙 블로그)
내 질문
여기서부터는 내가 궁금했던 질문 2개
- 이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하게 된 계기 ?
(두분 중 한분은) 원래 창업을 하려는 사람.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이전에 속해있던 조직이 SEO를 기가 막히게 잘해서 성장한 케이스라 덕분에 SEO 쪽 경험이 많았음. 사람들도 최근 SEO를 인지하고 있지만 두루뭉술하게 구전문학처럼 잘하는 사람이 다 쓸어가는 도메인이라고 생각.
SEO는 기업 자사 사이트를 별도로 만들어 직접 관리하기도, 그렇다고 외주를 줘서 관리하기도 유지보수에 비용과 품이 많이 들어가는 난해한 분야. 해외에는 이를 위해 워드프레스나 고스트 같은 서비스가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서비스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음 -> 각이 보였다
그래서 결국 인블로그로 만들고 싶은 것은 콘텐츠에만 집중 할 수 있는 환경
지금은 노션을 에디터로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이전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노션을 에디터로 쓰게 빌드한 적이 있기 때문. 좋은 에디터를 구현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사람들은 노션에 꽤 익숙하여 초안 작성에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판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독자적인 에디터를 붙일 계획이고, 이유는 글 쓰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기술도 기술이지만 UX로 이를 풀어내고 싶음. 에디터 외에도 애널리틱스 부분도 점차 구현할 예정.
팀은 전업으로 하는 사람과 + 파트로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서비스를 런칭한지 이제 3–4개월 정도 되지만 이것 저것 많은 것들을 하고 있음. 그 와중에 의도치 않은 샤라웃을 타서 감사…
- 해외 서비스처럼 전부 영어로 만들게 된 배경?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나중에 글로벌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서. 그러다보니 여러 고민을 했고 SaaS 비즈니스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됨.
SEO 자체의 인식은 글로벌하게 높은데 좋은 SEO SaaS는 소수. 심지어 국내에서의 SEO는 네이버의 SEO와 구글의 SEO 목적과 맥락이 다름.
서비스에 교육, 설득이 필요하다면 팔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다행히 SEO는 니즈를 시장이 이미 먼저 체감하고 있음.
어쨌든 SEO 시장은 글로벌이 더 커서 팀원들은 국내팀이지만 글로벌 물건을 팔기 위해 영문 블로그로 만들었음. (센드버드 김동신대표님이 큰 영향을 주심)
이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요즘IT를 통해 소개 되었고, 여러 변화와 기회들이 생기면서 조직 내부에서도 개인용 블로그, 페인포인트, cs, 방향성 들이 잡혀갈 수 있었다. 압도적 감사…
인터뷰 후기
- 서비스를 만들고 창업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이분들에게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좋은 인사이트를 줘야 겠다… 라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치만 좋은 인사이트를 줬는지는 잘 모르겠음)
- 개인적으로 인터뷰는 팬과 안티팬을 인터뷰 할때 얻어가는 것이 많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나는 팬도 안티팬도 아닌 그냥 지나가던 고양이! 인데도 사용자 인터뷰를 제안해주셔서 신기했다.
- 근데 이건 내가 할 고민이 아니라
질문자
가 해야할 고민이기 때문에 오히려 bias를 주지 않고 별 생각 없이 참여하는게 더 좋은 것 같기도… - 인터뷰 이전에 서비스를 한번 더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마치 면접 전에 그 회사의 서비스를 뜯어보는 것처럼.
- 인블로그 팀원에게 하고 싶은말 있냐고 하길래. 좋은 서비스 열심히 만들어서 브런치, 티스토리 같은 (렉카) 블로그들 다 잡아먹으라고 했음.
- 인터뷰 했던 분 중 한분이 이상하게 낯이 익다 했는데, (물론 아는 분은 아니고) 유튜브에서 자주 보던 분이랑 엄청 닮았음…
- 마치 오픈소스 프로젝트처럼. 초창기, 혹은 작은 서비스에 아주 작게 기여하고 (황송한 감사를 받은 뒤)이 서비스가 커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다. 인블로그도 그렇고 morethanlog도 그렇고.
- 온라인보단 오프라인이 뭔가 대화에서 더 오고 가는 것이 많다고 느껴진다. 대화의 퀄리티라기 보단 건조함이라고 할까. 진짜 점점 늙나보다.
- 나중에 언젠간 사용자 인터뷰에
질문자
로도 하게 되겠지…? 내 서비스가 아니면 (3자의 입장에서) 커피챗 / 인터뷰는 늘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