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뱅과 카뱅의 적금 싸움

케뱅은 바쁘다

Jinhwan Kim
11 min readJun 23, 2022

개요

코로나로 조금은 과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잡기 위한 미국의 빅스텝으로 인해 금리 물가 유가 등 많은 것 들이 오르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제 주식 계좌 잔고는 살살 녹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역시 코로나 시절의 0.5%에 비하면 1.75%로 올랐습니다.

기준금리 변동표, https://www.bok.or.kr/portal/singl/baseRate/list.do?dataSeCd=01&menuNo=200643

그렇기 때문에 시중의 은행들 또한 금리를 같이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대출금리도 오르지만, 동시에 예적금금리도 올라간다는 의미이고, 예적금으로의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데요.

최근 카카오뱅크토스뱅크가 새로운 적금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인터넷뱅크가 아무래도 오프라인 기반의 은행들보다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26주적금 with 오늘의집토스뱅크 키워봐요 적금 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각각 상품설계 구조와 맥락, 어쩌면 목적을 알아보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잠깐 케이뱅크는...?

아시겠지만, 인터넷뱅크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3개가 있는데요. 케이뱅크는 이번에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맥락은 알 수 없지만 크게 2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1. 케이뱅크는 다른 2 은행과는 다르게 업비트(코인)이라는 특별한 요인이 있는데, 최근 코인은 이슈가 있기 때문에… 해당 문제가 더 우선순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케이뱅크는 생긴지 제일 오래되었기 때문에 적금 상품라인업이 이미 존재합니다. 그리고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은 다른 오프라인 기반 은행권에 비해도 금리가 높은 편입니다. 단, 카뱅과 토뱅이 이번에 출시한 6개월에 비하면 낮고, 주요 타겟 기간도 26주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타겟 고객에 대한 26주 적금 상품 설계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https://economist.co.kr/2022/06/22/finance/bank/20220622163427909.html
6개월 기준 금리 비교표, https://portal.kfb.or.kr/compare/receiving_neosave.php
사실, 5% 적금 이벤트로 고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적금 뜯어보기 (고객의 관점에서)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각각 적금상품을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합니다.

카카오뱅크 적금

  • 오늘의집 쿠폰 3만 4천원
  • 춘식이 이중내열 유리컵 (오픈마켓 판매가 기준 3만5천원) or 오늘의집 쿠폰 1천원
  • 연금리 3%
  • 최초 가입: 1천원 ~ 1만원
  • 월저축: 1천원 ~ 300만원(자동이체 포함)
  • 중도 출금 2회
  • 최대 이자는 26주를 6개월이라고 할때 15만 7500원

토스뱅크 적금

  • 전설의 동물 !
  • 연금리 3%
  • 최초 가입: 1천원 ~ 20만원
  • 월저축: ~ 100만원 (자동이체 포함)
  • 중도 출금 6회
  • 최대 이자는 동일한 기준으로 5만 2500원

개인적으로, 각 은행의 아이덴티티는 라이언 & 춘식이 / 쉬운 은행으로 느끼고 있었는데요. (사실, 카카오뱅크의 모토는 나만의 은행이라고 합니다) 각 목적에 맞는 상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오늘의집을 애용하고 있다면 (혹은 춘식이 컵을 노린다면!) 카카오뱅크의 적금을 들지 않을 이유가 없어보였고,

작은 금액으로라도 처음으로 적금을 완성해 내 시드머니를 만들어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토스뱅크의 적금이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금리가 목적이라면… 26주 적금이 아닌 다른 방향을 권장합니다.)

은행들은 적금을 왜 만들었을까

마케팅?

개인적으로 토스는 (토스뱅크) 스타트업계의 셀럽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에서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조직문화, 고객 중심과 같은 아이덴티티, 과감함과 무모함 사이와 같은 여러 종류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밟는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핫하고 힙해보이는 여러 행사들까지, 어떤 행동을 해도 모두의 이목이 집중 되는 조직이라고 느끼고 있는데요.

토스가 다른 은행들보다 높은 2% 입출금 통장을 일복리로 만들었을때, 많은 사람들이 토스의 행동 목적을 파악하려고 했고, 고객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고 좋은 행동이지만, 동시에 토스의 입장에서도 아주아주 영리한 전략 (1년 기준 추가 6천원으로 MAU / DAU 급상승)이라는 분석 글이 있습니다.

사실 이번 글을 쓰게 된 계기도 토스가 적금을 만들었다. 근데 왜 3%지? 라는 고민이 시작이었습니다. 적금은 상품의 특성상 매일매일 방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전처럼 MAU와 같은 마케팅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콜라보레이션?

카카오뱅크의 경우, 26주 동안 1800만원을 나눠서 받는 조건으로 오늘의집 할인 쿠폰을 제공합니다.

제 업무 경험에는 콜라보 /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에 참여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브랜딩과 마케팅 (어쩌면 수수료도)의 관점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곰표맥주 이후 대-콜라보레이션의 시대가 온 만큼 카카오의 입장에서도 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Money!

일반적인 상품들과 다르게 금융 상품은 돈이라는 매개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이 몇가지 있습니다.

  • 모두가 생산자(엄밀히는 제공자) 이며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재료는 자본을 투입해서 생산시설을 준비하지 않는 이상 생산자가 되긴 어렵지만, 돈은 내가 빌릴 수 있지만 동시에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는 컨텐츠가 비슷한 도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해외동향이나 금리, 정책과 같은 외부 요인이 매우 강하게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 상품 생성을 위한 “생산 파이프라인”이 짧은 편에 속합니다. 돈을 따로 가공 할 필요도 없고, 배송을 위한 물류나 신선도와 같은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상품을 다루는 금융기관은 자본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적금은,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리스크가 예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새로운 대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자재이기도 합니다. 특히 대출은 첫달부터 대출 금리가 적용되지만 적금은 사실상 연금리의 절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력적입니다.

더 나아가 금리까지 오르고 있으니 (순이익과는 살짝 다르긴 하지만) 매출을 비롯한 숫자를 올려, 조직의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게도 적금의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높기 때문에 왠만하면 적금 (예금도 마찬가지)은 많이 팔 수록 더 이득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토스의 경우 대출을 내주고 싶어도 잔액이 없어서 못내줬던 적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적금을 통해서 더 많은 총알을 준비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신기한 점으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취급하고 있는 대출을 보면 두 곳이 타겟으로 하는 고객은 살짝 달라보입니다. 토스의 경우 리스크가 낮은 고신용자를 더 많이 취급하고 있고 (4%미만이 30%) 반대로 카카오는 중저신용자 (금리 6% 이상)를 더 많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뱅크의 경우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더 많이 해줘야 하는 정책적인 방향도 있기 때문에, 토스의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신용자 대출량은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기서 헷갈리는 부분은 저금리의 비중은 토스(1% < 29.6%)가 더 높은데, 역으로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카카오가 더 낮다(17% < 23.9%)는 기사가 있어서 추가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는데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개인신용대출과 다르게 여차하면 주택을 받을 수 있어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신용등급과 관계 없이 대출금리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위의 비중 문제는 주택 + 개인신용인 카카오에 비해 토스는 개인 신용대출만 취급하고 있어서 비중이 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심슨의 역설…?)

그렇기 때문에 은행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총알을 가지고 신용 대출 보다는 주택담보 대출을 내주는 것이 이익은 적더라도 (리스크적으로)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왜

두 은행의 적금 금리가 모두 3%인 이유는 (올라간 기준금리를 포함) 예금금리에 비해 살짝 높지만, 동시에 대출금리보다는 낮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26주인 이유는 너무 길면 고객의 입장에서 가입을 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적금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돈을 모은다는 관점에서 더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이고, 36개월 지루한 적금보다는 6개월 적금을 6번 하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죠 (금리가 낮지만 한도에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는 큰 차이 없습니다)

물론 상반기 말에 6개월치 총알을 땡겨서 하반기 동안 중저신용자 대출 숙제를 풀기 위한 목적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뱅크와는 다르게 토스뱅크의 경우 IPO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숫자를 만들어 내야하는 상황에서 조금 더 급한 입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왜 카카오커머스와 같은 계열사의 할인 쿠폰이 아닌 오늘의집을 선택했을까? 는 또 고민이긴 한데요. 이 경우 역으로 오늘의집이 IPO를 위해 숫자를 만들어내야하는 상황이라 먼저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정도만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뇌피셜을 정리해보면

카카오는 안해도 되는 상황이지만 (이미 26주 적금 상품을 운영하고 있었기도 하고) 금리나 파트너십을 비롯해 좋은 환경이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토스는 하반기 동안 풀어야 할 문제가 있어서 총알을 모으기 위해 한 것 같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적금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수시 입출금통장의 금리를 올리거나 BNPL, 선결제 포인트등의 방법 등으로 총알을 더 모으려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 은행 모두 각자의 고민을 각자의 방법으로 우아하지만 치열하게 풀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고객의 문제와 조직의 문제를 풀기 위한, 더 좋은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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